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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고려대 교수), 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 양해림(충남대 교수), 장원순(공주교대 교수), 좌세준(변호사)님이 돌아가며 2주에 한 번씩 인권현안에 대해 기고를 하는 전문가 칼럼입니다.

민간인 신분 친일인물, 어떻게 국립묘지 경찰묘역에 묻혔나 국가유공자, 전면 재조사해야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1-02-10 09:59  |  159 읽음

글_ 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 



민간인 신분이 대거 국립묘지 경찰묘역에 안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에는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린 민간인도 포함돼 있다. 


여순사건과 근현대를 연구하는 '역사 공간 벗'의 주철희 대표연구원은 최근 여순사건 과정에서 좌익세력에 의해 숨진 김영준(1898~1948)을 연구하다 깜짝 놀랐다. 김영준이 국립대전현충원 경찰묘역에 안장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영준은 일제강점기 국방 금품헌납과 촉탁보호사 활동 등 친일활동으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경남 진주 출신인 그는 젊은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고무공업소 직원으로 근무하다 귀국 후 부산에 와타나베 고무공장을 설립했다. 이후 여수에서 천일고무주식회사를 설립했고,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사상범의 보호관찰 업무를 담당한 광주보호관찰소 촉탁보호사, 조선인보전보국단 발기인, 군용기 구입비 헌납 등 친일 활동에 앞장섰다.


해방 후에는 전남상공회의소 회장,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여수군지부장 등을 역임하다 여순사건 과정에서 반빈족행위 전력을 이유로 적대 세력(지방좌익)에 의해 1948년 10월 23일 살해됐다. 


그런데 사망당시 민간인 신분이던 그는  2007년 8월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이처럼 대전과 서울의 국립현충원 경찰묘역에 안장된 사람은 모두 658명(애국청년단원 318명, 대한청년단원 172명, 한청대원 126명, 향방 대원 39명)에 이른다. 안장 시기는 모두 2000년부터 현재까지다. 


이중에는 김영준 처럼 전쟁시기 전투에 참여해 숨진 게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적대세력에 의해 살해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유영채(1906~1948)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는 전남 순천 출신으로 마을 면장을 하다 1948년 여순사건 과정에서 적대 세력에 의해 11월 4일 숨졌다. 그런데도 대전국립현충원 경찰묘역에 안장됐다. 안장 시기는 2015년 6월이다. 그는 전투와 무관하게 적대 세력에 의해 숨졌지만 묘비에는 '여순반란사건참전'으로 '전투 중 사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민간인 신분이었던 이들이 어떻게 국립묘지 경찰묘역에 안장된 것일까.


국가보훈처는 이들이 "국가유공자법에 의거해 국가유공자(전몰군경)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국가유공자법 제74조는 '전시근로동원법'에 따라 동원된 청년단원・향토방위대원・소방관・의용소방관・학도병, 그 밖의 애국단체원 등이 전투 또는 교육 훈련 중 사망하거나 상이를 입은 경우 국가유공자(전몰・순직군경, 전상・공상군경)로 보상하도록 규정한다. 김영준과 유영채의 경우 대한청년단원 등처럼 애국단체원으로 분류돼 국가유공자(전몰 경찰)로 인정됐다는 설명이다.


국가보훈처는 이들이 2000년 이후 국립묘지에 안장된 이유에 대해 "1998년 국립묘지령이 개정돼 국가유공자로 결정된 경우 애국단원 등도 국립현충원 안장 대상으로 확대됐다"고 해명했다. 


‘전투 또는 전투에 준하는 행위’와 무관한 민간인들이 경찰묘역에 안장된 것은 공적심사가 매우 허술하게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서북청년단 등 우익단체인사들은 제주 4.3항쟁의 발발과 전개 과정에서 제주도민을 무참히 살해했다. 또 전국 곳곳에서 민간인을 마구 처형하고 재산을 빼앗아 착복하는 만행도 많았다. 서북청년단 등 다수의 우익 청년단은 대한청년단으로 재편돼 이승만의 정치 외곽조직으로 활동하며 전국 각지에서 군경과 함께 민간인학살에 가담했다.


친일행위를 한 김영준외에 민간인학살 등 반헌법행위자들이 국가유공자로 둔갑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전수조사를 통해 가짜를 가려내야 한다. 가짜 독립운동가, 가짜 국가유공자를 국립묘지에 모셔 놓고 선양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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