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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人權은

강수돌(고려대 교수), 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 양해림(충남대 교수), 장원순(공주교대 교수), 좌세준(변호사)님이 돌아가며 2주에 한 번씩 인권현안에 대해 기고를 하는 전문가 칼럼입니다.

인간은 왜 존엄한가?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0-12-30 16:32  |  849 읽음

장원순(공주교육대학교)


인권은 토대적 이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이 존엄하다는 것이다. 인권은 이러한 인간존엄성 사상에 기반하여 시민 및 정치적 권리와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로 분화된다. 즉 자유권, 정치권, 사회권 모두 기본적으로 인간의 존엄한 삶을 실현하는 구체적 권리들이 된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사상은 근대사회 이전에는 아주 낯선 것이었다. 왜냐하면 근대사회 이전에는 ‘존엄하다’는 형용사는 왕이나 일부 귀족들, 그리고 뛰어난 몇몇 사람들에게나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근대사회에 접어들면서 ‘모든 인간’이 존엄하다는 생각이 생겨났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도대체 왜 모든 인간은 존엄한가? 서양의 스토아주의 사상가들은 인간이 존엄한 이유는 인간이 동물과는 구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도덕성과 이성능력, 자율능력 등이 이에 해당한다. 즉 자신에게 피해가 올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옳음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인간의 모습은 인간이 동물과 다른 뛰어난, 우수한 존재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외적 조건에 지배받지 않는 자율능력은 인간이 동물과는 다른 존재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복잡한 외적 현상을 뛰어넘어 존재하는 법칙들을 발견하는 인간의 이성능력은 일종의 경이를 자아낸다. 


그런데 사실 인간존엄성에 대한 이러한 정당화는 몇 가지 문제점을 갖는다. 

첫째는 동물의 존엄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물은 인간에 비하여 이성능력과 도덕성, 그리고 자율능력이 낮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같은 인간이라고 할지라도 이성능력에 따라, 도덕능력에 따라, 자율능력에 따라 인간존엄성이 차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옛날에는 여성이 남성에 비하여 이성능력, 자율능력이 낮다고 평가되어 남성에 비하여 차별을 받기도 하였다. 위의 정당화 방식은 지적 장애인을 차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렇다면 인간존엄성을 정당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이 있는가? 필자는 인간의 어떤 특성에 기반하는 정당화보다는 다른 접근을 제안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수행적 정당화이다. 인간이 근원적 특성에 기반하여 존엄하다기보다는 인간을 존엄하게 대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좋은 삶이 되거나, 좋은 삶의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즉 인간을 존엄하게 대하고 보니, 다른 대안보다는 좋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인간을 존엄하게 대해야 하는가?, 즉 왜 인간을 존엄하게 대하는 행위를 해야 하는가? 그 이유는 인간은 쉽게 존엄성을 상실당하기 쉬운 존재이고, 상처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무쇠처럼,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는다면, 그리고 아무리 외적으로 공격을 해도 그 본질이 손상되지 않는다면, 인간을 구태여 존엄하게 대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인간의 존엄성은 근원적 특성 때문에 본래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러하지 못하다. 모든 인간은 쉽게 상처를 입고, 쉽게 스러지며, 외적 조건에 의해 삶의 가치를 상실하기도 한다. 그리고 인간은 타인의 아픔을 보며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며, 보호하고 싶어 하는 공감적 존재이다.  

우리는 기나긴 역사 속에서 서로를 소중히 하고, 존엄하게 대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삶이 되며, 그러한 사회가 더 나은 사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 한국 사회가, 지구촌 사회가 모든 인간을 진정으로 아끼고 소중히 하며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를 늘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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