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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고려대 교수), 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 양해림(충남대 교수), 장원순(공주교대 교수), 좌세준(변호사)님이 돌아가며 2주에 한 번씩 인권현안에 대해 기고를 하는 전문가 칼럼입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위험의 외주화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0-12-16 11:18  |  216 읽음

                                                      글_양해림(충남대 철학과 교수)


 지난 2018년 12월 태안 화력발전소의 故 김용균 노동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회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비슷한 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예컨대 2017년 현대중공업 아르곤 가스 질식 사망사고, 2018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노동자 컨베이어벨트 사망사고, 2020년 38명의 목숨이 희생된 이천의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건설현장 화재사고, 삼표시멘트 컨베이어벨트 사망사고, 폐자재 재활용품 파쇄기 사망사고 등 산재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사회적 참사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산재 사망과 사고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5개 발전회사(한국남동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중부발전)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자 20명, 부상자 348명 가운데 97% 이상이 사내 하청노동자였다. 국내에서 매년 2,400여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3년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산재 사망률 1위다. 


 중대재해 기업처벌법(약칭: 중대재해법)은 故 노회찬 前정의당 의원이 2017년 4월 발의했다가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정의당이 지난 6월 당론으로 발의했다. 중대재해법은 앞서 언급한 지난 2017년, 2018년, 2020년 사고와 같이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관련 사업주, 경영책임자, 법인 및 공무원 등의 처벌과 손해배상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즉 중대재해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를 발생시킨 기업의 경영자에게 형사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을 부과하여 사업주(主)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다. 특히 중대재해법은 오늘날 대부분의 대형재해 사건이 특정한 노동자 개인으로 인한 위법행위의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대형재해는 기업 내 위험관리시스템의 부재, 안전불감 조직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중대재해법은 사업주(主)의 책임과 이에 따른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사업주와 관련 공무원에게 3년 이상 징역 등의 형사처벌, 손해액의 3~10배에 해당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와 같이 중대재해법은 당연히 필요하고 입법되었어야 할 법안이지만, 그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의 인명을 빼앗아 가면서 지금까지 국회에서 입법제정이 지체되고 있다. 


 故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한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비슷한 참사가 반복되고 있는 원인은 기업이 직접 운영해야 할 업무를 민영화나 돈벌이를 위해 경쟁을 도입하여 하청업체로 넘긴 외주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생명보다 돈을 중시하는 제도가 이미 굳어졌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기업주(主)의 외주화에 의한 도급은 비용 절감을 위한 하청 노동자의 안전을 소홀히 취급하게 되면서 재해 발생의 위험이 급증해 왔던 것이다. 대부분 하청노동자는 원·하청 업무를 체결한 도급계약서에 기재한 임금액에 비해 실제 임금으로 받는 금액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주(主)의 외주화는 저임금 문제뿐만 아니라 상시적인 고용불안이 언제나 상존해 있고 필수 장비와 보호구에서도 지급 차별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위험의 외주화는 심각한 노동문제를 발생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의 안전은 여전히 사각지대다. 원·하청업무를 유기적으로 연결한 경우에 상호소통이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원청이 직접 업무 지시를 하면 법적으로는 도급이 불법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 상황임에도 즉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청노동자가 위험에 처하거나 재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인권문제의 근본 원인은 기업주의 외주화에 있다. 


 지난 12월 8일 산재로 사망한 유가족과 노동 및 시민단체들은 중대재해법안의 처리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나, 사실상 지난 12월 9일 종료된 21대 정기국회에서 중대재해법은 논의조차 되지 않으면서 중대재해법안의 처리는 자동 무산됐다. 민주당은 내년 1월 10일까지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중대재해법안을 국회 상임위에 통과시키는 것이 목표라는 기약 없는 공허한 약속만 무성한 상태다.


지난 12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하루 평균 5.5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고 산재사망사고 중 하청노동자 비율이 40%에 이르는 등 대한민국의 노동재해 현실을 고려할 때 사안이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파악하고 안전사고가 잦은 발전설비 운전·정비 등 필수유지 업무에 종사하는 하청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과 정부와 5개 발전회사에 노동환경의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노동 환경제도 개선 및 입법은 촌각을 다투는 문제이지만, 국회는 여전히 입법 제정을 미룬 채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지난 12월 7일부터 국회 본회의장 로텐더홀 앞 등에서 중대재해법 제정을 해달라는 단식농성을 해 왔다. 김미숙씨의 다음과 같은 간절한 요구에 국회는 어떤 형식으로든 답변을 할 차례이다.


“이번에도 중대재해법을 허술하게 만들면 용균이한테 어떻게 이 나라를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나는 뭘 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용균이가 이렇게 하고 있는 엄마를 봤을 때‘엄마, 아무리 그래도 안 돼’라고 말할 것 같은 마음이에요. 그렇게 죽어서도 편안하게 엄마를 볼 수 없는 용균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많이 들어요.” 


 우리 사회에서 하루 7명, 해마다 2,000여 명의 노동자들이 산업현장에서 반복해서 희생되는 이런 불행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희망의 시작이자 불행의 끝이어야 한다. 더 이상 문재인 정권과 21대 174명의 민주당 국회의원은 촛불 민주시민의 힘으로 탄생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민주 시민들의 간절하고 성난 외침에 당연히 답변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그렇지 않고 계속 시민들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그 저항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따라서 故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의 단식투쟁과 죽음으로 내몰리는 이들의 행렬을 바로 중단시켜야 할 책임도 바로 국회의 몫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여야는 모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지체하지 말고 입법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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