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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고려대 교수), 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 양해림(충남대 교수), 장원순(공주교대 교수), 좌세준(변호사)님이 돌아가며 2주에 한 번씩 인권현안에 대해 기고를 하는 전문가 칼럼입니다.

전태일 50주기, 그대들 서재에 간직할 기억들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20-11-05 09:58  |  344 읽음



                                                       글_ 좌세준(변호사) 



친우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주게. 

그리고 바라네. 그대들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주게. 

뇌성 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버린다고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 걸세. 




 근로기준법을 가슴에 품고 분신한 ‘청년’ 전태일이 동료들에게 남긴 유서다. ‘평전’을 통해 그의 죽음을 대면한 사람들에게 1970년 11월 13일은 컴컴한 밤하늘을 가르는 뇌성 번개였다. “그의 육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다 사라져 없어져 버릴 때, 죽은 사람은 다시 죽는다.”고 했던가. 전태일 50주기를 맞으며 그를 영원히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소중한 책 11권을 펴냈다. 


 ‘전태일 50주기 공동출판 프로젝트-너는 나다’라는 이름으로 출간된 책들은, 스물셋 청년 전태일의 결단을 만화로 되살려 그려낸 <스물 셋>(이종철, 보리출판사)에서부터, ‘작은’ 곤충 세상에서 채집한 ‘커다란’ 가치 이야기를 담은 아이들 책 <작은 너의 힘>(조영권, 비글스쿨), 청년들에게 들려주는 한국 진보정치사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이창우, 산지니), 기본소득에 관한 책 <무조건 기본소득>(다비드 카사사스, 구유 옮김, 리얼부커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전태일 그가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덩이”가 아직 우리들에게 여전히 남아 있고,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우리 사회의 미래가 또 그만큼 열려있다는 뜻이리라. 


 ‘편집자가 쓴 전태일 평전 독후감’이라는 부제가 붙은 <읽는 순서>(노정임. 아자)는 <전태일 평전>을 함께 읽기 위한 ‘사회적 독서’, ‘읽기의 연대’를 제안하는 책이다. ‘평전’을 읽으며 ‘투쟁’을 떠올려야 했던 세대가 있었다지만 ‘평전’의 첫 장을 열기가 망설여지는 웹툰 세대를 위한 유쾌한 안내서가 한 권쯤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노동인권 교육을 해 온 다섯 교사가 엮은 책 <노동인권 수업을 시작합니다>(양설, 최혜연, 김현진, 장윤호, 주예진, 학교도서관저널)는 학교 현장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노동인권 독서프로그램과 인권 감수성 교육을 위한 소재들을 소개하고 있다. <태일과 함께 그늘을 걷다>(강성규, 한티재)는 전태일의 글에서  가져온 ‘일’, ‘성장’, ‘밥’, ‘집’, ‘일터’, ‘시간’이라는 단어들을 통해 2020년 플랫폼 자본주의와 불안정 노동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 위한 노동인문학을 이야기한다. <여기, 우리 함께>(희정, 갈마바람)는 바라만보아도 아찔한 굴뚝과 골리앗크레인에 올라 ‘오래도록 싸우는 사람들’과 그들 곁을 지키며 연대의 싸움을 해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노동의 가치가 온전히 보장되지 않는 세상이 만들어낸 이야기, 그런 세상이 계속되는 한 그치지 않을 이야기,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세상을 위해 함께 비를 맞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책을 읽노라면 청년 전태일이 1970년 8월 9일의 일기에 썼던 글이 떠오른다. 


“나는 돌아가야 한다. 꼭 돌아가야 한다. 불쌍한 내 형제의 곁으로,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내 이상의 전부인 평화시장의 어린 동심 곁으로……. 조금만 더 참고 견디어라. 너희들의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하여 나약한 나를 다 바치마.”


 전태일 50주기 공동출판 프로젝트는 36년 만에 책 한권을 ‘복간’해냈다. <어느 돌멩이의 외침>(유동우, 철수와 영희). 1980년대 대학가에서 리영희 교수의 <전환시대의 논리>,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함께 3대 필독서로 꼽혔던 책이다. 읽지는 못했더라도 책의 제목을 추억처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게다. 복간본의 뒷  부분에는 시인이자 문학평론가인 채광석의 발문 ‘온 산하를 수놓아야 할 꽃눈’이 실려 있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해였던가 아니면 그 다음 해던가 대학 도서관 지하 열람실에서 채광석 시인을 초청한 강연이 있었다. 원래 강연 장소는 그곳이 아니었는데 최루탄이 터지는 아수라장 속에서 급히 장소가 변경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자리에서 채광석은 신동엽 시인의 <종로 5가>를 이야기했다. “이슬비 오는 날, 종로 5가 서시오판 옆에서 나를 붙들고 동대문을 물었던 낯선 소년”에게서 전태일을 보았다는 시인 채광석의 말이 떠오른다. 그 강의가 있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채광석 시인. 복간된 책에서 그의 글을 다시 접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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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한겨레 
 


 공동출판 프로젝트가 낸 11권의 책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중국 여성 노동자 서른 네 명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들은 정당하다>(뤼투, 나름북스)이다. 이 책의 한국판 서문에서 저자 뤼투(呂途)는 전태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나의 한국에 대한 유대감은 전태일로부터 비롯됐다. <전태일 평전>은 중국에서 <한 점의 불꽃 : 전태일 평전>(류젠저우, 2002)로 출간됐는데, 나는 이 책을 읽고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느꼈다. 전태일은 노동자의 투쟁과 존엄을 위해 22세에 자신의 목숨을 바쳤다. 인간의 감정과 정의는 언어와 국경을 초월하기에 전태일처럼 아름다운 생명이 일찍이 꺼져간 사실이 더는 슬프지 않았다. 전태일 정신은 영원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뤼투가 <전태일 평전>에 감동하고, 중국 여성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에 대한 이야기에 한국 독자들이 공감하는 것은 언어와 국가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귀한 존재라는 데서 비롯된다. 그 자신이 여성이기도 한 뤼투는 서른 네 명의 주인공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난 후, 책의 말미에 바로 자신의 이야기 ‘뤼투 이야기’를 실었다. 


 11권의 책 중 마지막은 ‘전태일 팬덤’을 자처하는 역대 전태일 문학상 수상자 여섯 명의 창작 작품집 <JTI 팬덤 클럽>(김인철, 김주옥, 이종하, 최경주, 최용탁, 북치는소년)이다. 전태일 문학상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1989년 제2회 전태일 문학상 수상자인 안재성의 소설집 <달뜨기 마을>도 전태일 50주기에 맞추어 출간됐다. 11월 13일 전태일 50주기를 맞으며 우리들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할 책 한 권씩을 서로에게 건네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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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너는 나다>

도서 열한 권의 주요 내용(시리즈 순서별)


 

1. 여기, 우리, 함께

─ 오래도록 싸우고 곁을 지키는 사람들, 그 투쟁과 연대의 기록

희정 글 | 372쪽 | 17,000원 | 갈마바람 펴냄


전태일이 꿈꾸던 세상은 이루어졌나?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전태일들이 굴뚝에 오르고 오체투지를 하며 부당노동행위의 중단을 외치고 있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본 적이 있을까? 이 책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며 오랜 싸움을 이어가는 노동자들과 그들의 곁을 지키며 연대의 손을 놓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2. 무조건 기본소득

─ 모두의 자유를 위한 공동의 재산

다비드 카사사스 글 | 구유 옮김 | 332쪽 | 17,000원 | 리얼부커스 펴냄


돈이 돈을 버는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약탈적 성격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인공지능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인간 일자리를 무수히 파괴하는 격변의 시대를 마주하여 ‘보편적 기본소득’은 삶과 노동의 영역을 인간 존엄과 자유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출발선이다. 《무조건 기본소득》에서 저자는 인간의 삶이란 팔 수 없는 것이며, 종속적인 사회관계로부터의 해방과 평등한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수단으로서 누구에게나 조건 없이 주어지는 기본소득의 도입을 주장한다.



3. 우리들은 정당하다

─ 중국 여성노동자 삶, 노동, 투쟁의 기록

뤼투 글 | 고재원·고윤실 옮김 | 486쪽 | 20,000원 | 나름북스 펴냄


중국 신노동자의 형성과 노동자계급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연구하는 사회학자 뤼투가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모았다. 곤궁한 처지에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과 억압까지 가중된 이들에게서 저자는 삶과 희망의 이야기를 끌어낸다. 책에 등장하는 여성노동자들은 결혼과 육아, 자신이 떠안은 부양책임과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변화하고 저항하는 노동자로서의 생명력을 보여 준다.


 

4. 작은 너의 힘

조영권 글 | 방윤희 그림 | 112쪽 | 12,000원 | 비글스쿨 펴냄


곤충이 얼마나 다채롭게 살아가는지, 지구 생태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려 주면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도 얼마나 소중한지(존재의 가치), 이런 우리가(개체의 저력) 뭉치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연대의 힘), 우리가 성실히 살아가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노동의 가치), 소중한 이웃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어떠면 좋을지(이해와 존중)를 이야기한다.


5. 어느 돌멩이의 외침

유동우 글 | 312쪽 | 15,000원 | 철수와영희 펴냄

 

1970년대 초반 인천 부평의 한 섬유기업에서 일하던 저자가 인권 유린과 노동 착취를 일삼는 회사와 싸우며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조합원들과 함께 노동조합을 지켜나간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은 1970년대 노동현실과 노동운동에 관한 값진 역사적 기록으로 평가되며, 1970년대 노동자문학의 가장 빼어난 고전적 작품으로 불리운다.

 


6. 노동인권수업을 시작합니다

양설・최혜연・김현진・장윤호・주예진 글 | 212쪽 | 16,000원 | 학교도서관저널 펴냄

 

이 책은 교실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노동인권수업 방식을 알려준다. 과거 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힘쓴 전태일의 삶과 정신을 알아보고 오늘날 청소년들에게 그러한 정신이 이어질 수 있도록 카드게임, 책 읽기, 시 창작, 근로계약서 작성, 영상 시청, 기념관 방문 등 교실에서 실시한 여러 노동인권수업 사례를 담고 있다. 또한 수업 열기, 수업 활동, 수업 후기 등으로 구성하여 실제 교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활용도를 높였다.



7. 전태일에서 노회찬까지

─ 청년들에게 들려주는 한국 진보정치사

이창우 글·그림 | 319쪽 | 16,000원 | 산지니 펴냄


전태일 정신의 계승은 노동자, 민중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세상이다. 전태일이 죽은 뒤 1970년대 청계피복을 비롯한 민주노동 운동과 80년대 변혁적 노동운동, 1990년대 대중적인 진보정당 건설운동 및 산별노조 건설투쟁이 면면히 이어져 왔다. 책은 이 중 전태일 사후 대중적 진보정당 운동의 주요 장면을 글과 그림으로 엮어 진보정당의 궤적을 성찰하고 진로를 모색한다.



8. 태일과 함께 그늘을 걷다

─ 청년들과 함께하는 노동 인문학


강성규 글 | 336쪽 | 16,000원 | 한티재 펴냄


일, 밥, 집, 시간, 공부 …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삶의 문제들을 키워드로, 전태일의 생애와 오늘 여기 청년들의 현실을 씨실과 날실로 엮었다. 사람과 세상을 대하는 전혀 다른 시야를 열어 준 전태일과 함께 한국 사회 ‘그늘의 지도’ 곳곳을 찾아나서는 길 위의 인문학.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생각과 말들의 규칙에 맞서 행복과 사랑의 공공성을 되찾으려는, 아프지만 유쾌한 여정.


 

9. JTI 팬덤 클럽

─ 전태일 문학상 수상자 창작 소설집

김인철・김주욱・이종하・최경주・최용탁・홍명진 글 | 232쪽 | 14,000원 | 북치는소년 펴냄


이 소설집은 역대 <전태일 문학상> 수상자들 여섯 명의 창작 작품집이다. 한국 문학에서 리얼리즘 명맥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들이 전태일의 분신으로 얼마나 치열하게 소설을 썼는지 목도할 수 있다. 전태일에 환호하며 모인 팬덤 클럽이다. 과거를 소환하는 역사의 광장에서 미래의 영원한 청년 JTI여, 우리 모두 다 같이 소리 질러!



10. 읽는 순서

─ 편집자가 쓴 <전태일 평전> 독후감

노정임 글 | 김진혁 그림 | 144쪽 | 11,000원 | 아이들은자연이다 펴냄


편집자가 《전태일 평전》을 천천히 읽으면서 쓴 긴 독후감이자 반성문이다. 웹툰작가와 함께 ‘만화 에세이’ 형식으로 만들었다. 책을 만드는 책 생태계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태도와 시각으로 쓰고자 했다. 메시지는 간단하다. 전태일 50주기에 《전태일 평전》을 같이 읽자는 제안이다. ‘전태일 50주기가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라는 물음을 품게 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11. 스물셋

이종철 만화 | 2020년 7월 20일 예정 | 15,000원 | 보리 펴냄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며 1970년 노동환경을 고발하고 스러진 나이는 스물셋. 《스물셋》은 청년 전태일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만화책이다. 그리고 스물셋에 《전태일 평전》을 읽게 된 김준호의 시선으로, ‘포괄임금제’ ‘특수고용직’으로 2020년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현실도 함께 담았다.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전태일을 아는 이들과 모르는 이들 모두에게 전태일 정신을 전하고자 만든 그래픽노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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