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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고려대 교수), 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 양해림(충남대 교수), 장원순(공주교대 교수), 좌세준(변호사)님이 돌아가며 2주에 한 번씩 인권현안에 대해 기고를 하는 전문가 칼럼입니다.

한 재일교포 3세의 대학 졸업논문 주제 "조선학교만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명백한 차별입니다"

작성자대전충남인권연대 작성일19-12-11 10:44  |  47 읽음

글_심규상(오마이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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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_ 심규상 ⓒ

주선미씨가 조선학교 졸업식에서 가족들과 눈물로 기쁨을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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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_ 심규상 ⓒ
주선미씨의 구마모토 학원대학 졸업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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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_ 심규상 ⓒ
후쿠오카 조선대학 고급부의 영어수업시간


 

일본 규슈에 있는 구마모토 지역에 사는 재일교포 3세가 올해 구마모토학원 대학을 졸업했다. 주선미 씨(22)다. 알고 지낸 지 20년 가까이 됐으니 주 씨의 주요 성장기를 지켜본 셈이다. 


주 씨는 초급 부(초등학교)를 일본 학교에서 다녔다. 중급부(중학교)부터는 후쿠오카에 있는 조선학교에 진학했다. 주 씨의 언니도 조선학교에 진학했다. 가장 가까운 조선학교가 이 곳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 씨가 사는 곳에서 후쿠오카 조선학교까지 편도만 350km에 이른다. 통학할 수 없다는 얘기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부모님 곁을 떠나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주 씨의 부모는 두 딸이 고급부(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6년 동안 그리움과 걱정의 날을 보냈다.


걱정거리가 또 있었다. 학비는 물론 기숙사 비용까지 감당해야 했다. 일본 정부가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 대상에서 배제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두 딸은 조선학교에 다닌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주 씨가 조선학교 고등부를 졸업식때 부모님께 쓴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조선학교 6년을 "제 인생 속에서 가장 행복한 때"라고 썼다.


"입학 당시는 우리말을 배워야 할 이유를 몰랐고 조선 사람인 것을 자랑 못 할 뿐만 아니라 일본(언론의) 보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본 사람 같은 인격이었습니다. 그러나 6년간의 민족교육을 통해 조선 사람의 넋과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 누린 시간을 하나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조선어와 조선 역사 등 민족을 배울 수 있었던 6년간이 저의 인생 속에서 가장 행복한 일입니다. 우리 학교에 보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주 씨는 조선학교 고급부를 졸업했지만, 대학에 가기 위해 별도의 '대입 검정' 시험을 치렀다. 문부과학성이 조선학교를 정식학교가 아닌 각종학교로 분류, 대입 수험자격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구마모토학원대학 상과대에 입학했다.


주 씨는 올해 이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다. 주 씨의 이 대학 졸업논문 제목은 '일본 정부와 법원의 조선학교 무상화 비판'이다. 해방 직후 조국으로 건너오지 못하고 일본에 남게 된 재일교포 1세들이 세운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한 일을 적법하다고 판단한 일본 법원의 판결을 분석했다. 논문 주제만 보고도 코끝이 찡해졌다. 일찌감치 가족과 떨어져 먼 곳으로 유학의 길을 떠나야 했던, 정식 학교로도 인정하지 않고 무상 교육 대상에서도 제외한 일본 정부의 차별이 얼마나 사무쳤으면 졸업 논문까지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졸업 논문 내용도 들여다보았다. 후쿠오카 조선학교를 포함, 일본 내 5개의 조선 고교는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 지원 배제에 맞서 소송을 제기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2심까지의 판결 결과는 원고인 조선학교 측의 패소다. 주 씨는 논문에서 패소 판결의 논지를 자세히 살폈다. 주 씨의 논문을 보면 한 재판소는 '재일 한국인이 민족 교육을 받는 것이 중요하며 한국어를 공식 언어로 하는 학교는 조선 고교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재판소는 그러면서도 '취학지원금을 조선 고등학교에 지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민족 교육을 못 하는 것은 아니다'는 논리로 패소 판결을 했다. 또 다른 판결 이유로는 "조선학교에 지원할 경우 돈이 총련 등으로 유출돼 학교 운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문부과학성의 주장이 인용됐다.


주 씨는 "구체적으로 논증하지 않은 채 불명확한 추정을 받아들인 것은 재판관이 조선 총련에 대한 편견에 근거한 판단을 했다는 의심을 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최근 방문해 만난 후쿠오카 조선학교의 박광혁 교무부장도 일본 재판부의 판결 요지를 반박했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차별 없이 고교무상화 해 달라고 따졌더니 '일본학교에 보내면 되지 않느냐'고 합니다. 경제적 혜택은 있겠지만 일본 학교 가서 뭘 배우겠습니까?  우리 말, 우리 글을 배울 수 없습니다. 역사 왜곡 교과서를 교재로 삼아 역사적 사실을 배우지 못합니다. 조선 학교가 없어지면 조선사람이 없어지는 겁니다. 일본 사람이 되는 겁니다."


주 씨는 논문 말미에 이렇게 썼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지향하는 주요 컨셉 중 하나가 '다양성과 공생'이다. 일본은 재일교포의 역사와 조선학교에서 배우고 살아가는 아이들을 진지하게 마주 보고 인정해야 한다. 외국인 학교 가운데 조선학교만 무상교육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특정 외국인에 대한 차별과 조선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 대한 권리 침해다."


주 씨 등 후쿠오카조선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제기한 재판은 현재 후쿠오카 고등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조선학교는 일본이 패전 후 조국으로 건너오지 못한 재일 동포들이 빼앗긴 민족성을 되찾기 위해 사비를 들여 세웠다. 540여 개 달하던 조선학교는 현재 64개로 줄었다. 학생 수는 4,000여 명으로 국적은 조선, 한국, 일본, 중국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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